[고민게시판] 3년째 말 안 하는 친구 둘, 제가 자리 한번 만들까요
익명 · 20대 · 남
제가 오지랖이 좀 넓습니다(인정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셋이 붙어 다녔는데 둘이 3년 전부터 말을 안 해요. 크게 싸운 것도 아니에요. 한쪽이 안 간 자리가 하나 있었고, 그 뒤로 서로 안 묻더라고요.
그런데 민규가 11월 15일에 결혼해요. 청첩장을 저한테 줬어요. 태훈이 주소를 모른다고요. 받는 사람 이름은 제가 적었고, 3주째 제 가방에 있습니다.
둘 다 저한테는 전화해요. 걔 요새 어떻게 지내냐고. 그럼 제가 적당히 전해 주죠. 그렇게 3년 됐네요. 어차피 제가 하면 되는 일이라서요.
술자리 하나 만들까요? 둘 다 저한테는 나온다고 할 것 같은데요. 아니면 그냥 두는 게 맞나요.
둘한텐 여기 온다고 말 안 했어요. 알면 웃을 거예요.
ㄴ 댓글 그 자리 만들면 가운데서 님만 욕 먹습니다
문을 열면서 그가 먼저 물었다.
"여기 2층인데 간판이 왜 없어요?"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 많이 와요? 아니 그, 남의 일로 오는 사람이요."
"오십니다."
"몇 시까지 해요?"
세 번째까지 묻고 나서야 가방을 내려놓았다.
스물여섯, 휴대폰 판매점 3년차라고 했다. 8월에 점장이 매장 둘 중 하나를 닫아서 지금은 야간까지 본다. 그래서 낮이 비고, 낮에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저는 말이 빨라요. 끊으셔도 돼요."
아래층에서 스팀 소리가 두 번 났다. 계단에서 세탁소 사장이 창 좀 닫으라고, 냄새 올라간다고 했다. 아침에 열어 둔 창이었다.
"저 아저씨가 여기 가 보라고 했어요."
가방에서 봉투가 나왔다. 청첩장이었고, 받는 사람 칸에 '김태훈'이라고 적혀 있었다. 봉하지는 않았다. 그는 말하는 동안 봉투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돌렸다.
"물으러 오신 건 뭡니까."
"자리를 한번 만들까 싶어서요. 둘 다 저한테는 나온다고 할 거예요. 아니면 그냥 두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크게 싸운 것도 아니에요."
"선생님 질문에는 날짜가 없습니다. 들고 오신 봉투에는 둘 있어요."
안에 든 카드에 예식은 11월 15일, 회신은 10월 20일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은 10월 18일이다.
"그건 어차피 제가 아니라······"
"이 이름은 누가 적었습니까."
"제가요. 민규가 주소를 모른다고 해서."
"주소는 누가 압니까."
"······저요."
"두 분 주소를 다 아는 사람이 몇입니까."
"하나죠. 저."
3년 전 10월에 태훈의 아버지 장례가 있었고 민규는 가지 않았다. 민규는 그때 지방에 내려가 있었다고 한다. 태훈은 그 얘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는다. 같이 다니던 현수는 작년에 아이가 태어나서 빠졌다.
"현수는 애 보느라 이런 거 신경 못 써요. 그럼 제가 하는 거죠. 점장님도 요새 매장 하나로 돌리느라 정신없고요."
휴대폰을 뒤적여 단체방을 보여줬다. 셋이 있는 방이고, 마지막 글이 3년 전 10월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쓴 것이었다. 다들 잘 지내지, 라고 적혀 있고 읽은 사람이 둘이었다.
"그 뒤로 아무도 안 썼어요. 방은 안 나갔고요."
통에서 한 개를 먼저 빼서 뚜껑 위에 올려 두었다.
"그거 왜 빼요?"
"쓰지 않기로 돼 있는 한 개입니다. 지난주에는 그걸 못 챙겼습니다."
나온 것은 천뢰무망(天雷无妄)이었다. 아래 세 칸이 우레고 위 세 칸이 하늘이다.
"괘사는 무망 원형이정 기비정유생 불리유왕(无妄 元亨利貞 其匪正有眚 不利有攸往)입니다. 앞은 이름이고, 뒤쪽은 오늘 안 봅니다."
"왜요. 긴데."
"바르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쪽이에요. 사람을 재는 말이라 제가 안 씁니다."
"그럼 뭐가 남아요."
"이름이 남습니다. 망(妄)은 터무니없다는 글자고, 무망은 그게 없다는 말입니다. 바르게 살라는 말이 아니고요. 터무니없는 게 없는데도 일이 생기는 자리를 적어 둔 겁니다."
움직인 칸은 아래에서 세 번째였다.
"무망지재 혹계지우 행인지득 읍인지재(无妄之災 或繫之牛 行人之得 邑人之災)."
"무슨 소예요?"
"누가 소를 매어 뒀고, 지나가던 사람이 그걸 끌고 갔고, 마을 사람이 재앙을 입었다는 말입니다. 네 토막인데 좋다 나쁘다가 하나도 안 붙어 있어요. 누가 뭘 했는지만 적혀 있고, 매어 둔 사람과 끌고 간 사람과 손해 본 사람이 다 다른 사람입니다."
"······그럼 소가 억울한 거네요."
"소 얘기는 안 적혀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자리입니까."
"저는 지나가는 사람이죠. 전해만 주니까."
"지나가는 사람 자리에는 얻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뭘 얻으셨습니까."
"그 자리는 어디로 잡는 게 좋을까요. 가게를 잡으면 둘이 덜 불편하잖아요."
"뭘 얻으셨는지는 아직 안 들었습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심부름이에요."
그때 전화가 왔다. 화면을 보고 받았고, 나가지는 않았다.
"어. 아니 걔 요새 야간이라 아직 못 봤대. 시간 되면 간다고 했고. 어. 내가 또 물어볼게."
끊고 그가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태훈 씨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대로요."
"······못 갈 것 같다고요. 10월 6일에요."
"방금 선생님은 그걸 시간 되면 간다고 바꿔 말씀하셨습니다."
"그건 어차피 아직 모르는 거라서요. 바뀔 수도 있고."
"모른다는 건 선생님이 보태신 겁니다. 저는 두 개를 들었고, 둘이 다릅니다."
봉투를 돌리던 손이 멈췄다.
"태훈이는 왜 저한테만 말할까요."
"그건 제가 못 봅니다. 그 사람 입에서 나온 말 중에 제가 아는 건 선생님이 옮겨 주신 것뿐이에요. 옮기는 사람이 선생님이고요."
"그 소 말인데요." 그가 봉투를 세로로 세웠다. "그거 제가 매어 둔 거면요."
"매어 둔 자리에는 아무 말도 안 붙어 있습니다."
"둘이 직접 하면요. ······제가 3년 동안 한 게 뭐예요."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종이를 달라고 했더니 그가 가방에서 청첩장 한 장을 더 꺼냈다. 세 장을 받아서 두 장이 남았다고 했다.
"이거 뒤에 쓰세요. 뒷면 비었어요."
네 줄을 적었다.
"네 개 다 선생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그다음에 두 분이 어떻게 되는지는 이 칸에 없고, 그건 제가 쓸 게 아니고요."
그가 1번에 손톱으로 줄을 그었다.
"이거요."
"왜 그걸 고르셨습니까."
"여기만 제가 아무 말도 안 보태요."
"그게 왜 좋습니까."
"······3년 동안 한 번도 안 보탠 적이 없어요."
"10월 6일에 태훈 씨가 뭘 물었습니까."
"저 요새 야간이냐고요."
"그 말은 어디에 옮기셨습니까."
"······그건 저한테 한 말이라서요."
3년 동안 그에게 온 말 중에 옮기지 않은 것은 그 한 줄이었다.
일어나면서 그가 창틀을 봤다.
"이거 죽었네요. 하나 사다 드려요? 싼 거 있어요."
"안 죽었습니다. 말라 있는 겁니다."
"물 주면 되는데요."
"압니다."
그가 가방에서 생수병을 꺼내 반쯤 따랐다. 흙이 한쪽만 색이 짙어졌다. 따르면서 바닥을 보고 저거 떨어져 있다고 했다. 창틀 아래에 테이프 조각이 붙어 있었다. 그가 집어서 창틀 종이 모서리에 붙여 줬다. 초록 글씨가 적힌 쪽이 위였고, 그는 읽지 않았다.
"언제 떨어졌는지 몰랐습니다."
"창 열어 두셨잖아요."
봉투는 가방에 넣지 않았다. 점퍼 안쪽 주머니에 넣고, 종이는 접어서 같은 쪽에 끼웠다.
오늘 나온 것은 무망이었다. 아래가 우레고 위가 하늘인 그림이고, 움직인 것은 아래에서 세 번째 한 칸이다.
그 칸이 굵어지면 아래쪽이 우레에서 불로 바뀐다. 위는 그대로 하늘이다. 하늘 밑에 불이 있는 그림이 되고, 이름이 천화동인(天火同人)이다.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글자다. 그 이름은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무망이 지금이고 동인이 나중인 것은 아니다. 두 장에서 이름이 바뀌지 않은 쪽은 위 세 칸이고, 바뀐 것은 아래 세 칸이 불리는 이름뿐이다. 한 칸을 굵게 해 보면 어느 쪽 이름이 그대로 남는지, 그걸 보려고 두 장을 나란히 적어 둔 것이다.
창을 닫았다. 창틀의 화분을 들어 탁자 위, 2주째 비어 있던 자리에 놓았다.
젖은 쪽이 창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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